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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장품 공장에서의 사건
    카테고리 없음 2020. 2. 17. 17:20

    어느 화장품 공장 일이었다. 이 공장의 수분크림 생산 라인은 큰 문제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10개당 하나 꼴로 통에 크림이 주입되지 않아, 빈 통이 출하되는 문제였다. 경영진은 해결책으로 통의 무게를 재는 전자 저울 장치를 도입했다. 중량을 탐지해 공병을 잡아내려는 것이었는데, 이 장치로 불량이 출하되는 비율을 100개당 하나로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빈 통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경영진은 예산을 더 집행해 고성능의 센서를 구입했다. 빈 통은 1,000개당 하나로 줄어들었지만, 골칫거리는 여전했다. 결국 회사는 1억 원을 더 들여 첨단 무게감지 센서를 도입했고, 빈 통이 출하되는 비율을 10,000개당 하나로 줄였다.

    그런데 다른 지역의 공장에서 불량 출하가 처음부터 전혀 없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도대체 어떤 최첨단 장비인가 하고 경영진이 그 공장을 방문했다. 해법은 간단했다. 해당 라인의 노동자가 더워서 선풍기를 틀었는데, 선풍기 바람에 빈 통들이 날라간 것이었다. 중요한 건 저울질과 탐지가 아니었다. 그저 빈 통이 떨어져 나가면 그것으로 끝이었던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당장의 상황에만 집착하다 보면 목적(Why)과 수단(How)이 도치되기 쉽다. 눈앞의 부분적인 현상에만 사로잡히는 ‘근시안(Myopia)’과 같다. 가만히 있으면 안될 것 같아 무작정 행동하고, 다짜고짜 저지르고, 무턱대고 매달려보는 식이다. 하지만 이미 잘 안되는 방식임을 알고 있음에도 주위 환경에 휩쓸리면 나도 모르게 근시안에 쉽게 빠진다. 그러나 이런 단견(短見)은 배가 산으로 가거나 엄청난 자원을 낭비하는 비효율을 낳을 수밖에 없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근시안이 많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례는 단연 돈이다. 돈이 워낙 힘이 센 수단이 되어 돈 자체를 목적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일부 종교도 그렇다. 종교는 구원과 행복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종교는 수단일 뿐이다. 그런데도 일부 종교는 종교를 수단가치에서 절대가치인 목적으로 도치하는 작업에 한참이다. 기업도 다를 바 없다. 현대 경영학은 이윤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지 그 수단에 대해서만 말하지 ‘무엇이’ 이윤인지 목적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근시가 생기면 안과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듯, 근시안도 교정을 받아야 한다. 근시안에 벗어나기 위해서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통찰력을 위해 먼저 우리 선입관부터 주의해보자. 본디 사람은 간단한 걸 선호하기에 선입관이 쉽게 생긴다. 이 때문에 신선한 시각을 갖기 힘들다.

    선입관에서 탈피하기 위해 생각의 울타리를 허물고 밖으로 탐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영진이지만 직원 생각과 행동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사무실에 있지만 공장의 환경을 떠올려 보는 것처럼 말이다. 생각의 영역이 관대해지면 선입관이 줄어들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목적을 좀 더 분명히 하고 수단은 다양하게 고민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해결해야 할 목적을 뚜렷히 정의하면 해결방법이 제대로 나온다.

    당신은 비효율적인 ‘최첨단 장비’를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심플한 '선풍기’를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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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9&aid=0004508091

     

    [명재영 칼럼] 선풍기

    어느 화장품 공장 일이었다. 이 공장의 수분크림 생산 라인은 큰 문제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10개당 하나 꼴로 통에 크림이 주입되지 않아, 빈 통이 출하되는 문제였다. 경영진은 해결책으로 통의 무게를 재는 전자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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