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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포던스, 그리고 관찰안
    카테고리 없음 2020. 2. 17. 17:32

     

    브랜드 컨설팅 의뢰가 들어왔다. 샐러드 가게였는데, 브랜드 전략부터 리디자인까지 전반적인 브랜딩을 부탁하셨다. 리서치차 가게를 방문했는데 입구에서부터 눈에 확 띄는 게 있었다. 유리로 된 샐러드 진열장 위에 ‘짐을 올리지 마시오’라는 큰 안내 문구 몇 개와 금지 표시의 픽토그램들이 너저분히 붙어있었던 것이다. 손님들이 샐러드 재료를 선택하면서 유리 진열대 위에 짐을 올리곤 했는데, 간혹 유리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금이 가는 일이 종종 있어 그렇게 덕지덕지 안내 문구를 써 놓았다고 한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다. 스티커는 점점 더 많아졌고, 종업원들은 계속해서 손님들에게 물건을 올리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주의 설명은 점점 명령조로 변했고, 전체 매장 디자인마저 추잡해졌다. 가게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컨설팅 전, 이것부터 해결해보고자 했다. 일단 안내 문구를 다 떼어버렸고, 평평했던 진열장 밑에 작은 받침대를 놓아, 5도 정도의 경사를 줘 진열장 전체를 기울여봤다. 그러자 당일부터 아무도 짐을 올리지 않았다. 유리도 더 이상 깨지지 않았다. 우리가 한 것이라곤 작은 받침대를 둬 경사면으로 바꾼 것뿐, 이 솔루션에 걸린 시간은 1 분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재료는 더욱 신선해 보였고, 매장 분위기는 밝게 살아났다.

     

    사람들은 들고 있는 무거운 걸 어느 평평한 곳에 놓아두곤 한다. 의식적으로 ‘여기에 물건을 올려놓아도 될까?’라 생각하기도 전에, 평평한 특성이 우리에게 무의식적인 행동을 유인하는 것이다. 심리학자 제임스 깁슨(James J. Gibson)은 이러한 사람들의 무의식적 행동을 보고, ‘어포던스(Affordance)’라 설명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행동 유도성’ 혹은 ‘행위 유발성’으로 쓰이는데, 사물의 디자인이 사람의 무의식적 행동을 유도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웹사이트에서 파란색 밑줄이 그어진 ‘하이퍼 링크’는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다른 웹페이지로 넘어간다는 기능을 나타내 클릭을 유도한다. 카카오톡은 입력 창에 메시지를 쓰지 않으면 전송 버튼이 비활성화되고, 메시지 내용을 쓰면 버튼이 활성화된다.

     

    체험과 편리미엄이 우선시되는 스마트 시대, 어포던스는 사용자경험(UX)과 브랜드경험(BX) 의 핵심 열쇠다. 어포던스가 잘 설계되어 있어야 좋은 디자인이고 좋은 경험인 것이다. 어포던스는 어렵지 않다.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다. 주변부터 시작하면 된다. 평상시 주변 사람들의 행동에 약간의 눈길만 준다면, 어디에서나 쉽게 활용할 수 있다. 관찰안(觀察眼)을 키워보자. 백 마디 설명보다 강력한 하나의 어포던스로 문제를 쉽게 풀어보자.

     

    네이버 칼럼 보기: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9&aid=0004507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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