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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객 무의식을 지배하는 브랜딩
    카테고리 없음 2020. 2. 17. 17:43

    주류 경제학에선 인간을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이콘(econ)’으로 본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에선 인간을 극히 제한된 합리성에 의존해 경제적으로 완벽하지 못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휴먼(human)'으로 설명한다. 한편 뇌 과학에선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의 70~80%는 무의식(無意識)적이며 나머지 20~30%도 그렇게 의식적인 결정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의 단 0.00004%만이 우리 의식에 도달하며, 합리적으로 보이는 대뇌조차 대부분의 결정을 무의식적으로 내린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는 인간이 ‘자동 시스템’과 ‘숙고 시스템’으로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자동 시스템(automatic system)’은 신속하지만 무의식적이며, 직관·결합적인 '자동 모드'로, 거리에서 오토바이를 피하는 행동이나 귀여운 강아지를 보고 미소 짓기, 출퇴근 혹은 샤워를 하는 행동 등에서 일어난다. 반면 '숙고 시스템(reflective system)'은 느리지만 의식적이며, 신중하고 연역적인 '조종 모드'로, 341 나누기 27 같은 계산이나 금융 투자, 자녀 진학 문제 등의 문제를 풀 때 사용한다. 쉽게 말해, 뇌의 의식을 ‘OFF’하면 자동 시스템이고 ‘ON’하면 숙고 시스템인 것이다.

    한국인은 온도를 섭씨(°C)로 표현할 때 자동 시스템을 사용한다. 하지만 화씨(°F)로 표현할 때는 숙고 시스템을 써야 한다. 또 한국어를 말할 때는 자동 시스템을 활용하지만 외국어를 말할 때엔 숙고 시스템을 이용한다. 아직 생소한 것들은 숙고 시스템을 통해 합리적인 판단을 도와주고, 경험으로 축적된 것들은 자동 시스템으로 처리해 사고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식이다. 그래서 뛰어난 전문가들은 업무에 숙달되어, 일을 자동 시스템처럼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정보를 숙고 시스템으로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정보를 다 숙고 시스템으로 처리하면 뇌에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대부분의 시간을 자동 시스템으로 맞춰놓고 산다.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니면 의사결정을 하거나 경험(UX, CX) 할 때 대부분 자동 시스템이 관여한다는 것인데, 쉽게 말해 자신 내부에 있는 파충류가 제공하는 무의식에 의해 움직인다는 말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두고 '한정적 합리성(bounded rationality)' 혹은 이런 인간을 두고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고 표현한다.

    이렇게 한정적 합리성 하의 자동 시스템은 바깥 세계의 자극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이 자극을 ‘점화자극(prime)’이라 한다. 점화자극은 장기기억 속 특정 지식·감정을 활성화하는 단서이다. 그리고 점화자극에 의해 활성화된 기분·개념이 다음 새로운 정보의 지각과 해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점화효과(priming effect)’라고 한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피자, 토마토, 쫄면’ 이제 ‘스파’로 시작하는 4 음절의 단어 ‘스파OO’를 떠올려 보자. 대부분 ‘스파게티’를 떠올릴 것이다. 여기서 ‘피자, 토마토, 쫄면’은 점화자극이고 ‘스파게티’는 점화 효과다. 이번엔 ‘그리스, 고대, 군대, 교육’이다. ‘스파OO’를 떠올려 보자. ‘스파르타’가 떠오를 것이다. 이렇게 점화효과는 시간적으로 먼저 제시된 자극이 나중에 제시된 자극의 처리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나타내는 심리학 용어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도 같은 맥락이다. 자라를 보고 놀라면, 자라와 비슷하게 생긴 것들이 더 빨리 지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점화자극은 기존 특정 지식과 연계되어 있던 단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점화효과는 점화자극에 의해 저절로, 무의식적으로 발생한다.

    마케팅 학계와 실무에서는 브랜드 이미지 조사를 위해, 점화효과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었다. 브랜드를 점화자극으로 두고 사람들의 반응을 연구하면서 브랜드 고도화를 하는 식이다. 2012년 아가르왈과 맥길(Aggarwal&McGill)은 ‘크리스피크림(Krispy Kreme)’과 ‘켈로그(Kellogg)’를 점화자극으로 놓고, 사람들에게 이 두 브랜드를 ‘사람으로 치면 어떤 느낌의 사람일지(의인화)’ 물어봤다. 이후 피곤해진 몸 상태에서 ‘건물 3층까지 어떻게 갈지’를 질문했는데, 크리스피크림에 점화된 팀은 무의식적으로 ‘엘리베이터를 탄다’고 응답했고, 켈로그에 점화된 팀은 무의식적으로 ‘걸어갈 것’이라고 응답했다. 단순히 브랜드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무의식에 의해 상품을 고른다. 하지만 브랜드를 선택하면서 자신의 무의식이 바뀌기도 한다. 2011년 브라셀과 깁스(Brasel, Gips) 연구진은 소비자들의 브랜드 무의식 자산이 소비자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봤다. 연구진은 레이싱 게임으로 실험을 진행했는데 자동차를 레드불(redbull), 기네스, 트로피카나 브랜드로 꾸민 후 피실험자들에게 경주를 하도록 했다. 그 결과 레드불 자동차의 경우, 1등을 하거나 꼴등을 한 경우가 많았고, 중간 등수는 거의 없었다. 레드불 자동차로 운전을 한 참가자들이 더 공격적인 운전 전략을 선택해 속도를 내다보니 트랙 완주 소요시간이 짧아지거나, 반대로 실수가 잦아져 꼴찌를 한 것이다. 즉, 자동 시스템의 참가자들이 브랜드에 점화되어 무의식적으로 브랜드 특성에 걸맞게 운전을 했다는 것. 이렇게 소비자들은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채 브랜드 무의식 특성에 점화돼 특정 행동을 하기도 한다.

    피츠시몬 등(Fitzsimons et al.)의 실험에선 애플(Apple) 브랜드의 점화자극이 사람들을 창의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연구진은 먼저 참여자들에게 애플의 사과 심볼을 점화했다. 그리고 창의성 테스트와 창의성 동기 등을 측정했는데, 다른 로고들을 점화했을 때에 비해, 애플 로고에 점화된 참가자들의 창의성 점수가 가장 높았다. 즉, 애플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크리에이티브해진 건데, 브랜드 무의식 자산이 사용자의 무의식에 창의성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무의식 자산은 중요하다. 위 연구 결과들이 그 가치를 알려준다. 사람들은 어떤 브랜드에 점화되면 스스로가 그런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결국 행동도 브랜드의 무의식적 컨셉과 동일하게 일치된다. 이러한 브랜드 자산이 소비에서 브랜드 선택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서는 일상 생활에서 소비자들의 판단, UX, CX 그리고 삶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한다.

    따라서 무의식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은 매우 정교히, 심도 깊게, 또 그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하며 디자인되어야 한다. 켈로그 소비자에게 육체적 에너지가 생기고, 레드불 구매자가 과감해지며 애플 사용자가 창의적으로 되었다는 위 사례들은, 켈로그와 레드불, 애플의 지속적이며 일관된, 강력하고 차별화된 BX(브랜드경험) 제공과 소중한 무의식 자산 덕분인 것이다. 이제 ‘무의식 자산’과 ‘BX’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어떻게 무의식을 조정해 매출을 끌어올릴 것인지를 궁리하는 것만큼이나, 당신 브랜드를 경험하는 고객의 무의식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서 말이다. 소비자 무의식을 브랜드 컨셉대로 바꿀 수 있는 무의식 자산을 만들 수 있다면, 그 자산이 고객 무의식을 지배할 것이다. 당신의 기업은 어떤 무의식 자산을 지니고 있는가.

    네이버 칼럼 보기: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9&aid=0004505718

     

    [명재영 칼럼] 무의식 디자인

    주류 경제학에선 인간을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이콘(econ)’으로 본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에선 인간을 극히 제한된 합리성에 의존해 경제적으로 완벽하지 못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휴먼(human)'으로 설명한다.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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