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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라전쟁, 편향된 해석 유도하라
    카테고리 없음 2020. 6. 10. 19:08

     

     

     

    펩시콜라의 마케팅부 책임자 존 스컬리(John Sculley)는 1975년 펩시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펩시 챌린지’란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도심 한복판에서 행인의 눈을 가리게 한 뒤 코카콜라 한 잔과 펩시콜라 한 잔을 마시게 하고 선호도를 조사했다. 중요한 건 로고와 네임을 가렸다는 점이다. 자기가 마시는 콜라가 어떤 브랜드인지 모르게 하고 마시게 한 것이다. 이제 사람들에게 ‘어느 콜라가 더 맛있는지’ 물어보았는데, 흥미롭게도 사람들은 더 맛있는 콜라로 펩시콜라를 선택했다. 의외의 결과였다.

     

    2018년 한국이다. 크리에이터 와이키키 스튜디오는 49명의 리뷰어들을 대상으로 같은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우선 사람들에게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중 어떤 콜라를 더 선호하는지 물어보았다. 역시 결과는 뻔했다. 코카콜라가 38명의 선택을 받았고, 펩시콜라는 11명에 그쳤다. 하지만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1975년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펩시콜라의 맛 평가가 더 좋았던 것이다. 펩시콜라를 선택한 사람이 37명, 코카콜라를 선택한 사람이 12명으로 펩시가 이긴 것이다. 

     

    1990년대 이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fMRI)가 도입된다. fMRI는 뇌신경의 활동성을 자기 공명의 신호 변화로 나타낸 영상 장치이다. 특정 지역의 뇌 세포들이 흥분하면 에너지원인 산소가 필요한데 fMRI는 이러한 혈액 공급정도를 측정해서 뇌의 활성 정도를 추정할 수 있다. 신경생리학자인 미국 텍사스 베일러대 의대 몬태규(Montague) 교수와 매클루어(McClure) 교수 연구팀은 ‘펩시 챌린지’를 이 fMRI 장치 안에서 67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실험해보기로 한다. 

     

    실험 결과는 이렇다. 어떤 브랜드인지 모르고 콜라를 마실 때 뇌의 좌, 우반구 사이의 앞쪽에 자리한 배안쪽 이마앞피질(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 영역이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했다. 주목할 점은 펩시콜라를 마실 때 더 활발하게 반응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배안쪽 이마앞피질 부위는 좋아하는 맛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즉 맛만 놓고 보면 펩시콜라가 더 큰 쾌락을 준다는 얘기다. 실제로 펩시콜라가 코카콜라보다 더 달아서 입에서 맛있는 건 사실이다.

     

    실험은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이번엔 어떤 콜라를 넣어주는지 브랜드 네임을 일러줬다. 사람들은 역시 코카콜라를 선호한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이번엔 대뇌 위쪽·앞쪽에 자리한 등쪽 이마앞피질(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과 해마(hippocampus)가 흥분했다. 등쪽 이마앞피질은 정서적인 정보에 따라 어떤 행동을 선택하게 만드는 기능과 관련돼 있으며, 해마는 기억·학습과 관련된 영역이다. 즉 ‘맛’이 아니라 ‘정서·기억’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진 것이다. ‘쾌감을 처리하는 뇌 경로’와 ‘경험으로 축적된 브랜드 파워가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경로’가 나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Neural Correlates of Preference for Anonymous Taste Tasks, source: Neural Correlates of Behavioral Preference for Culturally Familiar Drinks, Samuel M. McClure, Read Montague)

     

    이는 코카콜라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정서적 의미’가 담긴 음료란 것을 의미한다. 목마름을 없애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북극이 떠오르는 청량감과 예부터 마셨던 전통적인 이미지, 친숙한 북극곰, 왠지 행복함이 느껴지는 빨간 컬러, 비밀스러운 제조법과 같은 정서가 담긴 브랜드란 것이다. 소비자들이 코카콜라를 먼저 찾는 이유는 이러한 정서적 기억과 의미 때문이다. 

     

    브랜드가 담겨진 제품은 만족도가 높다. 혀에서 달고 맛있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은 브랜드를 마시는 걸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기능보다 브랜드다. 커피도 같다. 사람들은 비싸더라도 탄 맛이 들더라도 스타벅스 커피를 선호한다. 심지어 스세권(스타벅스 역세권)이란 말도 있다. 사실 저렴한 빽다방 커피도 고소하고 목 넘김이 좋은데도 이상하게 로고 하나로 느낌이 달라진다.

     

    브랜드는 제품이나 기능 그 자체가 아니다. 브랜드는 ‘제품에 대해 소비자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들의 집합’으로 앞서 본 사례처럼 ‘편향된 해석’을 유도한다. 맛은 덜하지만 ‘코카콜라’라는 브랜드 집합체가 우리 뇌의 오류를 유도해 달콤하다는 해석을 내리는 것같이, 브랜드는 소비자의 기존 경험·지식들과 새로 유입된 정보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편향을 이끈다.

     

    매년 세계적으로 수 십만의 브랜드가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의 머리에 자리 잡고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각별한 노력이 요구된다. 여러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우선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단순한 제품이 아닌 브랜드 말이다.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 편향된 해석을 유도하는 브랜딩 전략은 마케팅에서 그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코카콜라가 이 전쟁에서 승리한 것처럼 우리 브랜드도 어떤 브랜드 자산을 쌓고 있는지 고민해볼 차례이다. [위디딧 명재영 대표]

     

    네이버 칼럼 보기: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9&aid=000459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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