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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자의 무의식을 어떻게 자극할 것인가
    카테고리 없음 2020. 6. 13. 01:51

     

    한 여행사 매장에서 의뢰를 받았다. ‘일본 관광 패키지’ 홍보를 도와 달라는 것이었다. 자리는 많이 남는데 고객들의 관심이 영 없었기 때문에 우리를 찾았다. 여행사 경영진은 팜플렛과 배너 시각물로 승부를 보고자 했다. 화려하게 홍보 배너를 만들면 고객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으려니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위디딧은 접근부터 달리했다. 우리는 이미 시각물은 효과가 적음을 인지하고 다른 방안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매장 분위기를 단번에 바꿀 수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배경 음악이었다. 그리고 실험을 해보았다. 음악 국적에 따라 그 국적 관광 패키지가 잘 팔리는지 말이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여행지를 미리 결정하지 않은 고객들의 경우, 매장에 일본 음악이 나오고 있을 때 평소 때보다 일본 패키지를 더 많이 구매했다. 우연인가 싶어 다음 날에는 중국 음악을 재생해보았다. 그러자 중국 패키지가 평소보다 더 잘 팔렸다. 이집트 음악이면 이집트 패키지가, 인도 음악이면 인도 패키지가 인기였다. 흥미로운 건 고객들이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여행지 선택이 배경음악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납득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쾌해했다. ‘날 바보로 아냐’는 식의 불만도 표했다. 다시 말하여 고객들은 배경 음악을 의식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만 자신도 모르게 일본 개념이 촉발돼 여행지의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점화 효과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였다.

     

    ​인간은 바깥세상의 자극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생각을 아끼는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이며 대부분의 시간을 자동 시스템(automatic system)에 맞춰 살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절약 모드로 맞춰둔 자동 뇌 시스템은 나도 모르게 외부 세계의 자극을 물 흐르듯 담담히 받아들인다. 무의식적으로 말이다. 여기서 자극을 ‘점화자극(prime)’이라 한다. 점화자극은 우리 뇌 안 특정 지식·감정을 활성화하는 단서이다. 앞 사례에선 일본 음악이 바로 점화자극이다. 그리고 이 점화자극에 의해 활성화된 개념이 다음 새로운 정보의 지각과 해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점화효과(priming effect)’라고 한다. 고객들이 자기도 모르게 여행지로 일본을 선택하거나 고려 대상으로 포함한 것이 점화효과라 할 수 있다.

     

    (출처:HealthDay)

     

    점화자극을 단순 노출해 긍정적인 점화효과를 노린 사례를 보자. 무의미한 점화자극도 반복되면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경향이 있는데, 심리학에서는 이를 단순노출의 효과(Mere Exposure Effect)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 사회적 스포츠 기업을 컨설팅할 때 이 단순노출 효과를 활용했다. 이 기업은 은퇴 후 경력이 단절된 선수들과 일반인을 이어주는 스포츠 플랫폼으로, 국회에서도 언급이 될 만큼 유명한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에 이로운 일을 하고 계셨지만 안타깝게도 브랜드가 너무 약했다. 경영진은 디자인이 문제라며 다가왔지만, 고객 니즈 충족에 대한 점화 자극이 없어 브랜드 매력이 낮았다. 그래서 우선 브랜드 플랫폼과 핵심 철학을 설정했다. 경영진 인터뷰와 리서치를 통해 핵심 철학을 ‘Up’으로 잡았다. Up은 경영진 배경 스토리와 뜻이 같았고, 새로 잡은 브랜드의 비전 ‘자아실현’과 ‘수준 상승’, ‘활기’와 같은 긍정적 개념과도 맥락이 같았다. 무엇보다 상호에 이미 Up이 포함되어 있어 기억하기 쉬웠다.

     

    한편 시각 디자인(특히 컬러나 형태)에서는 업종 특성상, 대뇌변연계에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강하게(Strong) 접근했다.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를 갖춘 플랫폼이며 재미성을 높이기 위해 시각적으로는 플렉서블 디자인 및 강한 채도의 Two-Color 전략을 활용했다. 고객들 스스로가 창의적이며 신지식인으로 느껴지게끔, 점화자극으로 스포티하며 동적인 사진으로 통일하여 배치하였다. 이때 고객의 참여에 의해 디자인이 완성되는 참여적 경험 디자인도 가능하도록 했다. 디자인 과정에서 고객이 직접 참여하도록 유발하여 즐겁게 회사와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도왔다.​

     

    특히 핵심 철학인 ‘UP’을 점화자극 및 어포던스(Affordance)로 활용했다. 빈도는 높을수록 브랜드 장기 강화 효과에 좋다. 그래서 반복 사용했다. 예를 들어 Get up 혹은 Wake up, Step up, Blow up, Keep up, Beat up, Burn up, Warm up, Heat up… 등으로 무한 반복 활용했다. 추후 브랜드의 일부인 Up만 보더라도 전체 브랜드 이미지나 감성을 활성화(점화효과)할 수 있기 때문에 장식도 은연중에 Up과 관련된 이미지로만 노출하였다. 이러한 암묵적인 점화를 통해 내부 종사자와 소비자에게 동기 부여하고 무의식적으로 자극/지배 시스템을 활성화하도록 의도했다. 도전적이고 흥미진진한 체험의 추구를 위해(자극 시스템), 그리고 남들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지배 시스템)하였다. 다시 말해 여기서 UP은 ‘브랜드 철학’, ‘슬로건’임과 동시에 무의식적으로는 ‘지시 신호’ 및 ‘슈퍼 코드(Super Code)’로 작용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슈퍼 코드는 구체적으로 뇌의 다발옆핵, 후핵(Posterior Nucleus)을 활성화하고 도파민, 테스토스테론, 노르아드레날린, 아세틸콜린, 다양한 종류의 오피오이드를 발산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점화자극 UP은 ‘수준의 상승’과 ‘자아실현’과 같은 긍정적 개념을 점화하여, 참가자들의 내면 속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렇게 브랜드의 핵심 철학에 대한 반복적인 노출은 지각적인 유창성(Perceptual Fluency)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구매 고려 시점에서 고려군에 포함될 가능성이 더 증가한다.

     

    이제 고객의 선택과 충성을 받기 위해 마케팅을 뛰어넘는 무의식적 점화자극을 통한 인지 변화 측면에서 브랜딩을 주목하자. 직간접적인 점화자극은 제품 구매에 있어서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의 행동,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내가 정말 잘 구매했다’고 편향된 해석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브랜드가 되면 바이럴 루프(Viral Loop)가 생긴다. CAC(1인 고객 획득 비용)가 낮아지고, LTV(고객 생애 주기)가 높아진다. CAC를 낮추려 싸고 질 낮은 광고 상품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보다 브랜딩에 투자하는 것이 결국 더 나은 방법이다.

     

    ​어떻게 디자인을 해서 매출을 이끌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만큼, 소비자의 무의식을 어떻게 자극할 것인가 고민이 필요하다. 소비자의 무의식을 내 의도대로 자극할 수 있는 경영자라면 점화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경영자다. 당신의 브랜드는 어떠한 무의식 자산을 가지고 있는가.

     

    네이버 칼럼: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9&aid=0004594441

     

    [명재영 칼럼] 무의식적 점화자극을 통한 브랜딩

    한 여행사 매장에서 의뢰를 받았다. ‘일본 관광 패키지’ 홍보를 도와 달라는 것이었다. 자리는 많이 남는데 고객들의 관심이 영 없었기 때문에 우리를 찾았다. 여행사 경영진은 팜플렛과 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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