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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연결 시대, 브랜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카테고리 없음 2019. 10. 13. 01:04

    박막례 할머니와 방탄소년단의 공통점은?

    [명재영의 eX-file] 초연결 시대, 브랜드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과일 장사부터 가사 도우미, 공사장 백반집, 식당 운영 등 일만 50년… 그리고 100만 유튜버, 구글 CEO의 초청, BBC 출연’

    유튜브 데뷔(?) 2년 차에 100만 구독자를 지닌 70대 유튜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와 김유라 손녀(PD)의 이야기이다. 조회수 몇 십만 뷰는 손쉽게 찍고, 저 멀리 영국 BBC 메인에 출연했다. 심지어 구글 CEO가 먼저 만남을 요청하기까지 하는 인기 유튜브 스타이다. 하지만 채널의 콘텐츠는 각본 없는 내추럴함 그 자체이다.

    의사로부터 할머니의 '치매를 주의하라'는 소견을 듣고 손녀딸 김유라가 치매 예방을 목적으로 영상 촬영을 제안했다.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 손녀와 함께 한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유튜브 활동을 시작했다. 모든 영상의 기획, 촬영, 편집은 모두 손녀가 담당하는데 단순하고 솔직하다. 할머니 특유의 구수한 사투리와 ‘염병하네’와 같은 유쾌한 욕설 덕분에 우리 할머니 같은 친근감마저 든다. 70년의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묵직하고 정론적인 팩트 폭격은 반백년 젊은 우리 세대들에게도 공감을 이끌어낸다. 여과 없이 밝히는 할머니 스토리와 인생관을 통해 우리 삶도 되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평범한 집에서 찍고 편집해 그저 "할머니께서 즐거운 것"이 모토인 이 채널, 한번 보면 빠져나올 수 없는 무언가의 매력이 있다.

    박막례 할머니 Korea Grandma유튜브 캡처

    ‘흙수저 아이돌, 중소 기획사 출신, 어수룩한 지방 출신… 그리고 빌보드 200 1위, 경제효과 5.6조 원, 구글 트렌드 검색 1위’

    거대한 팬덤을 바탕으로 유례없는 문화적·예술적·경제적 신드롬을 불렀으며 대중문화 역사에도 한 획을 그은 최정상급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防彈少年團)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방탄은 기획자들에 의한 전형적인 탑-다운(Top-Down) 방식이 아닌, 팬들이 자발적으로 프로모터 역할을 자처해 큰 도움을 주고받으며 전 세계 스타가 되었다. 유엔총회 연설이나 그들의 정체성, 세계관에서 알 수 있듯이 방탄은 다른 그룹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방탄은 지극히 비공식적이고 일상적인 내용으로 소통한다. 방탄 TV에서는 꾸밈없는 비하인드 스토리 '방탄밤’과 각종 활동 영상들이, 블로그에는 멤버 개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로그’가 올라왔다. 실제로 BTS는 양치하거나, 음료를 마시는 등 아주 사적인 일상, 앨범을 준비하는 고단한 과정, 공연 뒤편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촬영하고 SNS에 올린다. 또 그들은 일상에서 팬들과 긴밀하게 소통함은 물론,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기부를 하거나 유니세프와 아동청소년 폭력 근절 캠페인을 하기도 하는 등 사회 문제에서도 그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방탄의 활동을 지켜보면 가까운 친구의 성장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 중학생 조카는 공부하다 힘이 들면, 방탄을 보며 그저 재미가 아닌 ‘힘과 용기’를 얻는다고 한다. 다른 아이돌과는 분명 다른 선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방탄소년단의 UN연설, 7분의 연설엔 지난 6년간의 활동이 요약돼 있다.

    평범했던 ‘70세 할머니’, ‘흙수저 그룹’이란 타이틀에서 벗어나 단시간에 성공을 한 박막례 할머니와 방탄소년단, 이들은 직접 치열한 경쟁에 들어섰고, 꾸밈없는 자기 목소리로 진짜 정체성을 계속 채워왔다. 그 결과 지속성에 바탕한 진정성(authenticity)이란 가치를 확보했다. 박막례 채널은 조회수를 올리려고 아우성치는 콘텐츠가 아니라 친근감 넘치는 콘텐츠로, 방탄은 여느 아이돌들의 자극적인 섹시미, 외모가 아닌 자신과 청춘들의 스토리와 사회적 가치로 말이다.

    마케팅 미세먼지 시대다.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처럼 주변 모든 곳에 마케팅이 스며들었다. Bob Garfield에 의하면 소비자는 하루 평균 3000건 이상의 광고에 노출된다고 한다. 이런 무분별한 마케팅에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점차 싸늘해지고 있다. 은연중에 노출되었던 유튜브·블로그 PPL과 타깃 광고·상단 노출은 더 이상 별 볼 일 없다. 소비자는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을 ‘의도적’으로 무시한다. 우리는 이제 무언가를 팔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진저리가 난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 상품이 최고다!”라고 남보다 더 크게 외치는 노력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귀만 아프고 귀만 더 닫을 뿐이다.

    멋진 스토리와 디자인은 언제나 중요하다. BX(Brand eXperience)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남보다 더 좋아 보이게 ‘꾸며’ 왔다. 사실 브랜딩에서 거품과 환상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럴듯하게 겉 칠한 스토리와 실속 없는 겉멋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단순히 돈을 들여 에어전시에 브랜딩을 맡겨 예쁜 로고와 기교적인 스토리가 뚝하고 나오면 좋다고 박수칠 일이 아니다. 멋나 보이는 패키지와 목업(Mock-up)이 나오면 잘났다고 홍보하는 것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에어전시는 그저 클라이언트 대표님만 만족시키면 되므로, 당장 좋아 보이게 덕지덕지 과하게 치장할 뿐이다. 하지만 지나친 화장은 더 보기 싫은 법이다.

    화장만 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는 경험하는 이들의 마음에서 진정성이 느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가 먼저 ‘진정성’ 있게 브랜드를 차곡차곡 쌓아가야 한다. 기업은 소비자들이 진실과 가식으로 인식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어떠한 요소가 CX(Customer eXperience)에 영향을 주는지 고려하여 브랜딩해야 한다. 또 회사의 진정성으로 소비자 가치와 부합하여 ‘교감적 동요’를 발생시키는지, 또 그 시대적·사회적 맥락에서 긍정적인 ‘문화적 해석’을 가져오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래야 성공하는 BX의 전제조건이 된다.

    다만 ‘진정하다’는 것이 너무 추상적이고 어려운 게 문제다. 진정성의 영어 표현 ‘authenticity’이 원래 그리스어 ‘authentikos’(진짜)에서 기원한 것처럼 해석을 진실성, 정통성, 독창성, 고유성 등 맥락에 따라 중의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 한편 마케팅 관점의 진정성은 상황에 따라 다르고 복잡한 개념 구조를 갖고 있어 더 쉽게 처방을 내릴 수 없다. 소비 과정의 주관적인 해석에 따라서도 진정성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정성은 이래저래 오염되기 쉬운 단어이다. 진정성을 욕망하는 경영진의 탁한 의도로 만들어진 거짓 진정성은 오래가지 못한다. 진정성을 뒤쫓는 행태는 결국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우선 ‘진정성이 다 해결해주겠지’라는 거품과 환상을 걷어내야 한다.

    결국 박막례 채널과 방탄소년단의 사례는 단순한 성공이 아니라, 초연결 시대에 브랜드가 어떻게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가, 어떤 브랜드로 만들어가야 하는가, 나아가 어떻게 고객과 관계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살아있는 해답들 중 하나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간적인 가치가 브랜드에 있다고 느낄 때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다.

     


    명재영(明在榮/Myeong Jae-Yeong)은 대한민국의 디자이너자 브랜드 컨설턴트, 위디딧의 대표입니다. 홍대 미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와튼 스쿨에서 마케팅과 인적자원관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10년 넘게 경험 디자이너(Experience Designer)로 활동해왔으며 현재 브랜드 경험전략가 및 컨설턴트(Brand Experience Strategist & Consultant)로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제품과 서비스 등 다양한 매체 속에서 고객, 사용자, 참여자에게 경험을 효과적이고 성공적으로 전달하고자 계속 연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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